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김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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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가방을 열면 낡은 전투화 같은 아버지가

색이 바랜 낙엽을 덮고

번데기의 주름인 듯 누워있었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은 산화해버린 녹

갈라지는 호흡은 구부러진 총열

검붉은색의 아버지는 풀려버린 끈처럼

가벼운 기침에도 비틀거렸다

 

눅눅해진 바닥에서부터 타오르는 미열

가방 속 아버지는 나비였던 시절을

더듬어 보지만 자라지 않는 더듬이처럼

생은 날개 없이 추락했다

 

밤이면 나는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자세로

눅눅한 밤을 곱씹었고 밤마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몸짓으로

애벌레의 최후처럼 꿈틀거렸다

 

잠들지 못하고 끝없이 몸부림치는 혈맥

지난 전투에는 처음 울던 내가

품에 안겨 칭얼거리던 내가 시련에 지친

내가 울어도 자꾸만 눈물이 맺히던 내가

치열했을 것이다

 

고된 사투 끝에 쓸쓸한 어깨를 바닥에 누인지 오래

나비의 날개가 사선을 그리며 몽롱해지는 날에는

커다란 가방에 아버지를 넣고

볕이 좋은 언덕에 앉아 오래도록 함께 쉬고 싶었다

 


김균탁  

안동 출생

2019<시와 세계> 신인상 등단

글밭 동인, 안동작가회의, 대구경북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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