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악마판사와 리갈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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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몇 년간 사법부는 극악한 흉악범죄나 청소년 범죄, 그리고 음주운전 과실치사 등에 대해 국민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낮은 형량을 부여해 왔고, 이는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형법이 범죄예방 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식, 사법기관들이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한 채 가해자의 인권만 보호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지금, 낮은 형량에 대한 세간의 분노는 정점에 달해 있는 듯하다.

- 박욱주 <조두순, 이영학. 흉악범죄자에 대한 낮은 형량, 성격적인가?>, 크리스찬 투데이, 2018.09.09.

 *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315850


최근 촉법소년과 같은 청소년 범죄와 더불어 흉악범죄자들의 죄질은 늘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유족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엄벌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런 국민정서와는 다른 법 판결이 이루어지고는 한다. 다만 이런 흉악범죄재판을 맡은 판사들 역시 매번 여간 고역이 아닐 것이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이 있듯이 법을 선고함에 있어 이성보다 감정이 우선된다면 우리는 그걸 법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법은 사회를 구성한 국민들의 약속이자 합의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법대로 합시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흉악범죄 판결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매번 싸늘하다. 국민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비교적 낮은 형량에 필자 역시 고개를 갸웃한 적이 있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국민정서와 법, 두마리 토끼를 잡고자 2008년부터 대한민국은 국민참여재판을 시행해 왔다. 물론 우리가 미드, 영드에서 본 배심원제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국민참여재판에는 국민들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괴리를 좀 더 좁혀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의견을 낼 수 있고 배심원들은 판사에게 권고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국민들이 직접 형량을 정할 수 있다면, 국민들의 투표로 유무죄가 결정되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이런 필자와 대중들의 욕망을 다룬 드라마가 있다. 바로 2021년 하반기 채널 tvN에서 방영한 악마판사2013년 채널 후지 테레비에서 방영한 리갈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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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판사 포스터,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thedeviljudge/6/Contents/Html

 ** 리갈하이 포스터. 출처 : https://ja.wikipedia.org/wiki/%E3%83%AA%E3%83%BC%E3%82%AC%E3%83%AB%E3%83%BB%E3%83%8F%E3%82%A4


드라마 악마판사는 법정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어 국민들의 투표와 의견을 빅데이터화 시켜 형량과 유죄를 정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욕망하는 만큼 형량이 내려진다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법정 영상을 보고 유죄가 결정되는 세상이 온다면?”이라는 상상이 현실화된 세계에서 진짜로 정의는 실현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이자 판사인 강요한은 유죄 97% 빅데이터를 반영하여 피고인에게 형량 235년을 선고한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역시 강요한은 성범죄자 피고인을 미국 텍사스 교도소로 보내는 등 소위 사이다판결을 내린다. <민의(民意)>가 재판에 반영되고, 판사는 속 시원한 형량을 구형하고 있다. 매화가 끝날때마다 방청객들은 판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리갈하이는 이런 민의를 다르게 바라본다. 민의라면 무조건 옳은가? 라는 코미카도의 질문에 맞은 편 검사 다이고는 그것이 민주주의다라고 답한다. 리갈하이 주인공이자 변호사인 코미카도는 재판에 민주주의를 가져오면 사법부는 끝이다. 판결을 내리는 건 결코 국민 설문조사 같은 게 아닙니다라고 일갈한다.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옳으니 증언과 증거가 있어도 민주주의의자 민의가 긍정한다면 사형시켜도 된다는 논리의 근거는 국민이다.

악마판사의 강요한은 국민의 뜻에 따른 재판을 추구한다. 요즘 국민 정서가 담긴 빅데이터를 반영하여 판결을 내린다. 강요한이 연출하고 있는 법정에는 수 많은 국민들의 욕망이 실현되고 있다. 리갈하이의 코미카도는 국민의 뜻에 따른 재판을 경계한다. 유죄와 무죄의 근거가 민의에 의해 좌우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두 드라마에서 우리는 어떤 열차에 탑승해야 할까. 강요한과 코미카도의 한치 양보 없는 줄다리기에서 시청자(국민)들은 잠 못 이룬다.

■ 권근영 / 외부청년편집위원

* ​악마판사 포스터,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thedeviljudge/6/Contents/Html

**​ ** 리갈하이 포스터. 출처 : https://ja.wikipedia.org/wiki/%E3%83%AA%E3%83%BC%E3%82%AC%E3%83%AB%E3%83%BB%E3%83%8F%E3%82%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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