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비 여사가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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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꼭지는 이육사 시인의 따님 이옥비 여사의 강의, 인터뷰, 증언, 일상대화 등의 구술자료 중 일부분을 채록 및 재가공하여 소개합니다. (*구술어의 현장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교정되지 않은 방언, 비표준어, 비문, 맞춤법 오류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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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이름, 옥비(沃非)

 

   아버지가 내게 주신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혈통이고 하나는 이름인데, 제가 태어나고 처음에는 이름을 주지 않으셨대요. 제 위로 (자녀)두 명이 있었는데 다 일찍 여이고 제가 늦게 태어난 자식이었어요.

 

   그래서 삼촌들이 작은형님 댁에 경사가 났다 해서 이름을 지어준다 하셨대요. 그런데 아버지가 가만 듣더니 왜 너희가 짓나, 내가 지으마.’ 하셨대요. 그런데 바로 이름을 주지 않으셔서 삼촌들이 각자 부르고 싶은 데로 부르셨대요.

 

   그러다가 백일날 아침, 드디어 이름을 주셨는데 기름질 옥()자에 아닐 비(), 옥비라는 이름을 주셨어요. ‘기름이 아니 진다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의미를 부여하시길 욕심 없이 남에게 배려할 줄 아는 깐디* 같은 사람이 되라고 지어 주셨대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이 아니셨을까…….

 

(이육사문학관 상설 강의 나의 아버지중에서)

   

     * 깐디 : 마하트마 간디(1869-1948)


 


편집자 뱀발

  沃非. 100일의 무게를 지닌 이름. 이육사는 이 짧지 않은 시간동안 어떤 고심을 하며, 느즈막에 귀하게 찾아온 자식의 이름을 궁구하였을까? 헌데, 옥비 여사 본인의 말처럼 조금 이상한 듯도 하다. ‘기름지지 않는다.’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선비의 좌우명으로 삼기는 훌륭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 이름으로는 다소 박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자식이 귀하고 평안케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준엄한 현실을 살아가던 지식인의 마음속엔, 그 조차 사치라 여겼을까? 어쩌면 힘 있는 나라들이 약한 나라를 짓밟고 광란하던 시대를 몸소 살면서(또한, 그러하기에 필연적인 다가올 제국의 말로를 예견하면서) 다음번에 올 세상은 모두가 탐욕을 버리고 욕심 없이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이 자식세대가 진정 귀하고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옥비, 어쩌면 이육사 본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가장 높고 귀한 이상향의 이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윤석일 / 이육사문학관 사무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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