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처럼(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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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처럼

  - 피재현(1967~ )

 

아주 잠깐 사이 풍을 맞아

말씀이 어눌해진 엄마를 병실에 눕혀 놓고

수발드는 봄날

 

나물국에 밥 말아 먹은 엄마는

입가에 이팝꽃처럼 붙은 밥알도 떼어 내기 전에

약을 찾고

혈압약, 뇌경색약, 우울증약

인사돌, 영양제, 변비약까지 한 손바닥

가득 쌓인 약 알갱이

두 번에 나눠 삼킨다

 

내가 빨리 죽어야 니가 고생을 않을 텐데

말로만 그러고 죽을까 봐 겁나서

꽃잎 삼키듯 약을 삼킨다

 

병실 창밖 한티재에는 산살구꽃도 지고

마구마구 신록이 돋아나는데

엄마가 오래오래 살면 어쩌나

봄꽃 지듯 덜컥 죽으면 어쩌나

 

내 마음이 꼭 봄바람처럼

지 맘대로 분다

 

 

-시집 원더우먼 윤채선(걷는사람 시인선 31)에 수록

 

 

   봄이 한창인 병실 밖, 생명은 병실 안에도 있어 나물국에 밥 말아 먹고 꽃잎 삼키듯 약을 삼키고 오래 살까 걱정하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생명을 받아 살고 있는 아들, 엄마의 시간이 땅과 더 가까워질 때 거의 모든 자식들은 봄바람 같은 마음을 지닌다. ‘엄마가 오래오래 살면 어쩌나/ 봄꽃 지듯 덜컥 죽으면 어쩌나

 

  시집 원더우먼 윤채선엄마의 무덤이라고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언급했다. 나는 그 말에 한 행을 더 붙여 말하고 싶다. 시집 원더우먼 윤채선은 작가와 엄마가 함께한 생명의 기록이라고.


■ 김연진 / 이육사문학관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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