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윤채선(피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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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윤채선

   

 

   할머니가 된 원더우먼 린다 카터를 텔레비전에서 보았을 때, 엄마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팽개치면 텔레비전이 있는 마당집에 모여 별무늬 반바지를 입은 원더우먼을 만났다 무적의 원더우먼!

 

   엄마는 하루 종일 밭일을 하고 돌아와서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밥을 안치고 마당에 난 풀을 뽑고 밥을 푸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해서 달빛에 널고 뚫어진 양말을 다 깁고 잠깐 적의 공격을 받은 양 혼절했다가 새벽닭이 울면 일어나 밥을 안치고 들에 나가 일을 하고 밥을 하고 일을 하고 빨래를 하고 또 밥을 하고 그 많던 왕골껍질을 다 벗겨서는 돗자리를 짰다

 

   린다 카터는 할머니가 되어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 받았다 무기는 더욱 강력해지고 그사이 새로 생겨난 영웅호걸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기도 한다

 

   나의 엄마는 여전히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약을 먹고 밥을 하고 냉이를 캐고 약을 먹고 콩을 고르다가 밥때를 놓쳐서 아버지에게 된통 혼쭐이 나고 돌아앉아서 약을 먹고 이렇다 할 전투를 치르지도 않았는데 끙끙 앓으며 잠을 잔다 무릎과 입안에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긴 했는데 별 효과가 없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슈퍼카를 구입했지만 슈퍼맨을 만나기는커녕 평생 웬수 아버지와 산다

 

   린다 카터는 은퇴를 선택했지만 엄마는 아직도 우리의 원더우먼, 쭈그렁 가슴이 무너져 내려도 별무늬 몸빼를 입고 혼절한다




- 피재현 시인

경북 안동 출생

1999년 사람의 문학신인추천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우는 시간, 원더우먼 윤채선

제10회 백신애창작기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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