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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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동화 한 권은 백 번의 설교보다 낫다


얼마 전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TvN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다른 일을 하며 건성건성 TV를 보던 중 내 귀를 사로잡는 한 마디 말이 흘러 나왔다. 정확히 어떤 사람의 입을 통해 그 말이 나왔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출연진이 던진 그 한 마디 말은 내가 익히 알고 있던피노키오의 모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피노키오의 모험19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쓴 고전으로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가 겪는 모험과 시련을 담고 있다. 이야기 속 주인공 피노키오는 끊임없이 말썽을 피우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는 천방지축이다. 나는 이 동화를 읽으며 말썽을 피우면 안 된다는 것과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었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그와 같은 교훈을 가르쳤었다.


   그런데 정말 피노키오는 구제불능 말썽꾸러기일까? 그리고 우리는 피노키오의 모습을 통해 피노키오처럼 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마음 속 깊이 새겨야할까? 지금의 내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피노키오 또래의 아이들은 거짓말을 한다. 아니, 거짓말을 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거짓말을 다그치고 야단치는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편협하게 만들 수 있다. 피노키오의 거짓말 역시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의 하나이며, 이야기의 흐름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피노키오 또래의 아이들이 만들어낸 상상력의 산물이다. 피노키오의 모험이 보여주듯 아이들은 다양한 거짓말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운다. 물론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장려하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양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거짓말에 대해 안 된다. 나쁘다.’고 말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제 하늘을 날았어요.’, ‘난 바다 속에 들어가 봤어요.’, ‘어제는 커다란 고래뱃속에서 잠을 잤어요.’등 아이들의 상상력이 자극되는 거짓말을 수용하고 들어주자는 이야기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 오랜 시간 동화의 나라에서 자랄 수 있게 해주자는 이야기다.

  물론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것은 교육적인 문제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인 문제도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편협하게 만든다. 회색의 건물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은 회색의 건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른 시기부터 어린이집을 가야하고, 방과후에는 학원들을 전전해야하는 아이들이 과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시간이 있을까? 동요 피노키오의 1절에는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면 바쁜데 너는 언제나 공부를 하니 말썽쟁이 피노키오야. 우리 아빠 꿈속에 오늘밤에 나타나 내 얘기 좀 잘해줄 수 없겠니. 먹고 싶은 것이랑 놀고 싶은 놀이랑 모두모두 할 수 있게 해줄래.’라는 노랫말이 있다. 어쩌면 아이들의 일상이 어른들의 일상보다 훨씬 바쁠지도 모른다. 회색의 건물들 사이에서 마음껏 뛰어놀 기회를 잃어버리고 마음껏 상상할 시간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2절과 3절의 노랫말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뛰어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면 교육적인 문제와 환경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 안동에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장소가 많다. 가까이 있는 유교랜드와 민속박물관, 독립운동박물관만 해도 다양한 체험과 활동으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꿈꿀 수 있는 곳은 권정생 동화나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안동시 일직면 성남길 119번지에 자리한 권정생 동화나라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새단장하여 권정생 선생님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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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도로를 벗어나 권정생 동화나라로 들어가는 좁은 길에 들어서면 탁 트인 자연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화나라를 감싸고 있는 논과 밭을 지나면 담이 없는 초등학교 건물이 답답했던 일상을 털어버리게 만든다. 운동장에 자리한 오래된 나무 그늘을 지날 때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학교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권정생 선생님이 아픈 몸을 이끌고 유언처럼 써내려간 동화 강아지똥의 강아지똥이 풀밭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강아지똥을 만지거나 올라타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또한 강아지똥의 반대편에는 권정생 선생님의 또 다른 동화 엄마까투리의 엄마까투리와 어린 까투리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를 반긴다.(강아지똥엄마까투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가 되었다. 책은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작되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굴곡의 한국사를 온 몸으로 견뎌낸 몽실언니가 난남이를 업고 있다.(직접 만져보고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은 책 속 주인공들과 친해지게 만들고 아이들이 책을 읽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운동장과 주변 곳곳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만지고 체험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실제 만져보는 동화 속 주인공들은 아이들이 동화를 읽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권정생 동화나라를 둘러보며 머릿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했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사시던 집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동화나라에서 차로 10~15분 정도 달려 일직면 조탑동에 도착하면 선생님이 살아생전 머무시던 집이 있다. 선생님이 사시던 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된 마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동화적 상상력은 충분히 자극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시던 집으로 향하는 길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화 강아지똥의 삽화가 마을 이곳저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흰둥이가 똥을 눈 담벼락과 그 담벼락 아래 자라는 민들레는 정말 동화 속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일직면 일대는 권정생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주 무대이다. 책을 먼저 읽고 이곳을 찾았다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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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한 동화의 나라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아이의 손을 잡고 권정생 동화나라와 권정생 선생님이 사시던 집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뛰어놀며 외롭게 머무르다 간 권정생 선생님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김균탁 / 이육사문학관 학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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