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거주 3년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일깨움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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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 시인은 안동 도산면 원천리 출생이다. 본명은 원록, 다른 필명은 활이다. 그 여섯 형제들도 하나 같이 민족의식을 가졌고 나라사랑 겨레사랑을 지녔다. '기, 록, 일, 조, 창, 홍' 이것은 육사 여섯 형제들의 이름 끝자이다. 둘째 아우 원조는 불문학 전공의 문학평론가로 월북했으나 숙청되었다. 육사는 시인으로서 의열단에 가입했고 무장투쟁 활동에도 가담해서 늘 수배 받고 쫓기던 인물이었다. 식민지조선과 중국을 오고 가면서 무려 열일곱 번이나 감옥을 들락날락하다가 기어이 북경형무소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39세를 일기로 장엄한 생애를 마쳤다. 내가 안동에서 세 해를 사는 동안 육사 시인의 혼령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안동댐까지 오르니 거기 한 모퉁이에 시 '광야'가 새겨진 육사 시비가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서서 묵념을 드린 뒤 시작품 전문을 크게 소리내어 낭송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그리곤 시비 주변의 잡초를 뽑아 던졌다. 주변도 말끔히 정리했다. 그걸 석 달간 매일 일과로 했다. 그후 시비는 안동댐 민속경관지로 옮겼지만 안동 일대는 육사의 매서운 정신이 늘 그대로 서려있는 실감을 한다.
 
  1970년대 후반 안동 거주 3년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일깨움의 시간이었다. 정호경 신부님을 만나 큰 각성을 얻고 이를 하숙집 방바닥에 엎드려 자정이 넘도록 분단과 고향 테마 내 가족들과 일찍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 이야기를 줄줄이 시작품으로 썼다. 「서흥 김씨 내간」. 「달개비꽃」, 「상사화」, 「애장터」, 「검정버선」, 「개밥풀」 등등 고향 시리즈가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창비에 투고했더니 주간을 맡고 계시던 비평가 염무웅 선생께서 즉각 채택하여 게재해 주셨다. 격려편지도 주셨는데 만군을 얻은 듯하였다. 그 기쁨과 보람, 성취감은 이루 형언할 길이 없다. 당시의 작품들을 정리해서 첫 시집을 '창비시선 24번'으로 발간했으니 그게 1980년의 일이다.
  1978년 봄, 나는 정호경 신부께 대뜸 '육사 추모의 밤'을 열자고 제의했다. 내용은 시낭송, 육사 시정신에 대한 특강, 공연 이런 메뉴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 신부는 몹시 반색하시며 내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부둥켜 잡았다. 장소는 일단 안동문화회관 강당이었는데 행사 당일, 안동교구 소속 수녀님들이 약 스무 명이나 오셔서 자리를 채웠고 두봉 주교님도 직접 오셔서 격려말씀을 주셨다. 이오덕, 전우익 선생도 자리를 잡았다. 권정생 선생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 못 오셨다.
 
  나는 그날 행사를 위해 특별한 낭송시를 고심해서 준비했다. 제목은 '사랑노래-육사 추모의 밤에 부르는'이다. 이 낭송은 그날 밤 큰 박수를 받았고 이에 격려 고무되어 '씨알의 소리'에 보냈더니 작품이 게재된 6월호 저널이 왔다. 편집을 맡으신 계훈제 선생의 격려 편지도 있었다. 1979년 봄의 이 행사는 시인의 고향 안동에서 최초로 열린 육사 추모행사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은 이육사문학관이 안동에 건립되어 육사 시인의 생애와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한 해에 한 번씩 육사시문학상까지 수여하니 이 얼마나 반갑고 든든한 모습인가?
  육사라는 시인의 정신이 태어나기까지는 안동지역 일대의 의병장, 독립투사, 민족지사들의 뜨거운 활동에 힘입은 바가 크다. 퇴계정신을 이어받은 실천적 지식인 향산공 이만도, 벽산공 김도현도, 또 동은공도 육사의 시정신 속에 무르녹아 있다. 한 지역을 상징적으로 지키는 분이 계신 것은 얼마나 미덥고 흐뭇한가? 이는 안동 시민들의 정신적 자산이요 한국인 모두의 자부심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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