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이 있는 시 ‘님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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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곡을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작곡가가 되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건 아마도 어린 시절 나를 음악의 세계로 이끌어 준 사람들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나는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래서일까? 지금 나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그 선율에 따라 곡을 만들어가고 있다.

 

  내 직업은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코치다. 가곡을 사랑하고 오페라를 사랑해 온 오랜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끊임없이 음악을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그 마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처음 작곡을 시작한 것은 아주 작고 우연한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음악에 대한 끊을 놓지 않고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던 어느 날, 아주 좋은 기회로 장애인 협업 음악극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BGM을 즉흥적으로 녹음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즉흥적인 연주에 감동한 것일까 감독님과 단원들로부터 작곡을 시작해 보라는 강력한 권유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무작정 시작한 작곡, 아무리 음악과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작곡이라는 창작의 세계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뇌와 고뇌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첫 번째 곡, 나는 그 곡을 수 천 번, 수 만 번 연주하며 고치고 또 고쳤다. 그렇게 작곡을 권유한 사람들이 곡을 듣고 내 길을 응원해줄 첫 번째 곡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음악에는 사람들이 좋아할 선율은 있었지만, 이 선율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가사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또 오랜 시간 가사를 찾아 헤매었다. 하지만 곡에 어울리는 가사를 만나는 것은 운명을 이끌어 줄 사랑처럼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 평생의 동반자를 찾듯 내 첫 번째 곡에 어울리는 가사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된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나는 내 곡에 이육사 시인의 시어를 하나씩 붙여나가며 서서히 첫 곡을 완성해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이육사 시인을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건 정말이지 운명이었다.

 

  나는 황혼, 노정기, 등 이육사 시인의 시를 읽고 점점 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아픈 어머니를 병상에 눕히고 그 옆을 지키며, 오선지도 없이 손전등 아래에서 써내려간 운명적인 14, 나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3개월 동안 이육사 시인의 시 14편에 곡을 붙였다. 그 시간은 나에게 아름다운 황혼의 시간이었고,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는 시간이었으며,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정말 누군가가 나의 손을 이끌어주는 듯 한 목놓아 부르는 외침들이었다. 3개월의 시간 동안 어머니는 점점 호전되었고, 나는 음악으로 뜨거운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이렇게 운명처럼 다가온 곡들로 나는 오페레타 님 그리다를 만들게 되었다. 그건 마치 내가 작품과 혼연일체가 되는 시간이 있었고, 나를 뜨겁게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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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율로 듣는 시 '님 그리다' 중에서>


  내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거쳤기 때문일까? 오페레타 님 그리다는 서울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창작 작품 공모 선정, 2021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페스티벌 작품 공모 1차 선정 등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내가 받았던 위로를 전해 줄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었다. 이육사의 시가 들려준 위로라는 말로, 이육사 시인이 우리에게 보여준 용기라는 행동으로 코로나-19에 지친 전 세계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음악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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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작곡가 권성화> 

 

 

선율로 듣는 시 님 그리다’ pianist / 작곡자 권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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