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회갑기념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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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문학관 1층에는 12폭 병풍이 창연하게 서 있다. 이 병풍은 19361118일 이육사 형제들의 어머니인 허길 여사의 회갑연에 만든 기념 병풍이다.

  이육사 문학관에서 큰 자리를 차지한 12폭 병풍이지만 한문으로 쓰여 알 수가 없고 간략한 설명에 그칠 뿐이어서 관람객들은 그저 한번 눈으로 훑어보고 지나칠 뿐이었다. 땅바닥을 구르는 돌에도 의미가 있다 하는데 하물며 12폭 병풍에 의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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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폭 병풍에는 시경[빈풍 7월편]이 적혀있다. 내용이 너무 많아 모두 해석할 수는 없지만 첫 폭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月流火 九月授衣            (칠월류화 구월수의)

                               一之日觱發 二之日栗烈       (일지일필발 이지일율렬)

                               無衣無褐 何以卒歲           (무의무갈 하이졸세)  

                               三之日于耜 四之日舉趾       (삼지일우사 사지일거지)

                               同我婦子 饁彼南畝           (동아부자 엽피남무)

                               田畯至喜                     (전준지희) 


  칠월유화(七月流火)7월이 되면 더위를 상징했던 정남의 별 화성(火星)이 서쪽으로 흘러 자리를 비킨다는 뜻이다. 더위가 끝나고 가을이 닥친다는 의미이다. 구월수의(九月授衣)는 구월에는 추워지므로 가족들에게 겨울옷을 주어 추위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지일(一之日)은 양()이 하나 있다는 말로 주역(周易) 지뢰복(地雷復:☳☷)쾌로 음력 11월을 말한다. 이지일(二之日)은 양이 두 개 있다는 말로 지택임(地澤臨:☱☷)쾌로 음력 12월을 말한다. 삼지일은 1, 사지일은 2월이 된다. 전준(田畯)은 중국 주나라때 농사를 장려하던 벼슬아치를 말한다. 위 글을 해석하면 이런 뜻이 된다.


  고대 은()나라 주왕(紂王)은 하나라 걸왕과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흉악한 천자로 알려져 있다. 주왕은 주색(酒色)에 미친 왕으로 달기(妲己)와 함께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쾌락을 즐겼다. 왕실의 과도한 유흥에 세금이 오르고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주왕은 백성들을 억압하기 위해 포락의 형을 제정한다.

  포락(炮烙)의 형()이란 깊이 판 구덩이 속에 숯불을 벌겋게 피워놓고 그 구덩이 위에 기름 바른 구리기둥을 건너질러 놓은 다음 건너가게 하는 형벌이다. 왕을 비방하는 자들의 옷을 벗겨 차례차례 달아오른 구리기둥을 건너가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구리기둥을 건너려고 하지만 달아오른 구리기둥은 발만 닿아도 타버릴 정도로 뜨거웠다. 행여 고통을 참고 달려가더라도 구리기둥에 바른 기름 때문에 미끄러져 수천도가 넘는 숯불 속으로 떨어져 비참하게 타 죽었다. 백성들의 비명소리와 고통스런 모습을 주왕과 달기는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결국 천명이 은나라를 떠나서 주()나라 무왕에게 돌아갔다.

  주나라 무왕은 은나라를 쳐서 천자가 되었다. 하지만 무왕은 오래 살지 못했다. 무왕이 사망한 후 어린 성왕(成王)이 즉위하였다. 성왕은 기반과 세력이 약해서 외삼촌인 주공단이 그를 보좌하였다.

 《춘주좌전에 의하면 무왕이 천하를 차지한 후 공신들과 형제들을 각국에 봉했는데 무왕의 형제 15명도 봉해졌다. 주공단은 노()나라에 봉해졌다가 무왕 사후에 섭정을 위해 궁궐로 들어왔다. 주공 단이 섭정이 된 후, 무왕의 형제들은 시시각각 왕좌를 노리고 반역을 범했다.

  주공단은 권력을 노리는 이들을 토벌하여 주나라를 반석에 앉힌 후, 조카인 성왕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물러난다. 이때 주공 단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성왕에게 백성들의 생업에 대한 어려움을 알고 천명에 순응함을 가르치기 위해 시를 지었는데 이를 빈풍(豳風)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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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풍칠월도>


  빈풍(豳風)은 빈()이라는 고장의 풍속()을 노래한 시다. ()은 기산(岐山)의 북쪽(지금의 산시성 서북) 낮은 들에 있었던 주() 나라의 발상지이다. 빈풍(豳風)은 주나라 무왕의 선조인 공유(公劉)로부터 고공단부(古公亶父)에 이르기까지 도읍했던 빈() 땅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노래로서 주나라 창업시대의 것이라고 전해오며, 농사에 관한 월령가의 하나이다.

예로부터 국가를 잘 다스리려는 임금은 서경(書經)의 무일편(無逸篇) 시경의 칠월편(七月篇)을 중히 여기지 않은 이가 없어서, 혹은 병풍에 써놓고 보고, 혹은 그림을 그려 놓고 보았다고 한다.

 《빈풍 칠월편은 백성들이 전쟁 걱정 없이 생업에 힘쓰며 살아가는 태평성대를 노래하고 있다. 국가의 무사태평과 만수무강을 바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한학에 정통한 육사 형제들이 병풍의 의미를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병풍의 마지막 장에는 이육사 형제들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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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와 형제들>


  장자인 원기는 축하 글을 쓰고, 둘째인 육사는 술을 올리고, 셋째인 원일은 병풍 글을 썼으며, 넷째인 원조는 병풍 글을 읊었고, 다섯째인 원창은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었으며 사촌 원균은 꽃을 올렸다.

  커다란 병풍 앞에 앉아 장성한 자식들의 술을 받고 춤을 구경하는 옛 환갑잔치의 정겨운 정경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하지만 그 즐거운 회갑연 이면에 나라 없는 설움이 느껴지는 것은 부모님의 자리 뒤에 펼쳐진 빈풍 칠월편병풍에 담긴 깊은 의미 때문일 것이다.


권오단 / 이육사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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