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공간, 모메꽃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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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요즘 매혹(魅惑)’이라는 단어에 말 그대로 매혹되어 있다. 시를 쓸 때에도 매혹적으로, 평범한 원고를 쓸 때에도 매혹적으로, 심지어는 직업상 꼭 필요한 홍보 문구를 만들 때에도 매혹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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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매혹이라는 단어에 빠져버린 걸까? ‘매혹이란 매력으로 남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필자가 쓰고 발표하는 몇 안 되는 글들이 지구상에 있는 누군가를, 정말 단 한 사람이라도 매혹시켰으면 하는 열망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혹이란 단어에 사로잡힌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20대 초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한 순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인 중학교 2학년 시절 노트에 소설이랍시고 말도 안 되는 글들을 긁적이기 시작한 순간, 그 순간부터 필자는 매혹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관성처럼 몸에 익숙해진 그 단어가, 의식의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그 단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다시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이 매혹이라는 단어가 다시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르고 그곳에 푹 빠져버려서 그런 걸까?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매혹적이지 않으면 필자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하고,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 치유가 될 것 같은 매혹적인 공간, 그런 공간에 앉아 번민과 잡념으로부터 벗어나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매혹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다. 그 문제란 것은 바로 매혹적인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공간에 대해서만큼은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필자이기에 매혹적인 공간을 찾기란 더욱 어렵다. 평소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때도 꼭 공간이 넓지 않아야 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아야하며,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없어야 한다,’ 등등 구구절절 늘어놓는 공간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깐깐함, 이런 상황인데 도대체 어떤 공간이 매혹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는가? 아마 평생 혼자 집에서 책이나 보며, 글이나 쓰며 지내야할 운명인가 보다.

  그렇게 운명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폐쇄공포증에 익숙해지던 어느 날, 또 다른 운명처럼 매혹적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바로 번잡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있는 곳, 정말 조금만 벗어났는데도 이렇게 조용하고 고즈넉한 마을이 있었을까하는 놀라움을 가진 곳, 정겨운 풍경과 함께 천천히 걷고, 때로는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된 것이다. 필자를 매혹시킨 그곳, 그곳은 바로 모메꽃 책방이다.

 

  모메꽃 책방은 경상북도 안동시 와룡면 이하오산로 332-20에 위치해 있다. 차와 사람들로 번잡한 안동시내에서 딱 5, 5분만 가면 어린 시절 할머니가 사시던 마을 같은 정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거기서 딱 5분만 더 들어가면 자연이라는 화폭에 쌓인 매혹적인 공간인 모메꽃 책방이 나타난다.

  모메꽃 책방이 필자를 매혹시킨 첫 번째 이유는 그 공간이 가진 아름다움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면(全面)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이라는 공간, 우리는 가끔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간을 자연과 분리해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어떠한 공간도 자연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1913년 루트비히 클라게스의 인간과 지구라는 글을 통해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하지만 아직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을 단지 수단으로 생각하는 인류 보편적 담론 속에서 모메꽃 책방이 가진 공간의 아름다움은 더욱 빛난다. 인류의 탄생 이래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이라는 과제, 그 오랜 역사를 거스르고 모메꽃 책방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부의 공간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외부에 길게 늘어선 야외 테라스 역시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간으로 우리를 매혹시킨다.

  모메꽃 책방이 매혹적인 또 다른 이유는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인테리어다.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면 창문을 제외한 나머지 벽면에는 움베르트 에코가 인류 최고 발명품이라 극찬한 물건들이 인테리어를 위해 가득 차 있다. (필자를 매혹시킨 첫 번째 이유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간이었었는데, 두 번째 이유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니, 그 모순에 적잖은 당혹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지만 움베르트 에코가 극찬한 발명품은 책이다.)

  모메꽃 책방의 인테리어는 그 이름에 걸맞게 책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테리어 겸 판매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책들이 단순히 그냥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은 모메꽃 책방의 주인이 직접 고르고 골라 선정한 책들이다.

  모메꽃 책방의 주인은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후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한 이위발 시인이다. 시인이라는 전문가에 의해 선정된 책들이라니, 그 책들은 이미 보증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판 산업의 발달로 책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는 요즘, 우리는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으며 어렵게 고른 책이 흥미와 적성에 딱 들어맞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런데 모메꽃 책방에 있는 책들은 이미 전문가에 의해 일차적으로 선택된 책들이 아닌가? 그렇기에 우리의 고민을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책들이 아닌가? 어떠한 고민도 없이 한 권의 책을 고르고 향기가 진한 커피를 곁들이는 일, 책 속을 여행하다 고개를 들고 자연을 바라보는 일, 다시 커피 향에 취해 책에 눈을 맞추는 일, 그것만이 모메꽃 책방이란 매혹적인 공간에서 우리가 할 일이다.

  이와 더불어 모메꽃 책방이 가지는 또 다른 매력, 그것은 이위발 시인의 부인이 만든 예술작품이 책과 함께 책방을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인은 오랫동안 천연염색을 통해 가방과 스카프, 옷 등을 만드는 공방을 운영해 왔다. 그렇기에 책 옆에는 안주인이 만든 다양한 소품들이 장식되어 또 다른 이색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주인에 의해 선정된 흥미로운 책과 부인에 의해 탄생한 아름다운 예술작품, 그리고 향기로운 커피와 차가 자연 속에 담겨 자신들의 값어치를 발견해줄 주인을 기다리는 곳, 그곳이 바로 매혹의 공간 모메꽃 책방인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모메꽃 책방에는 우리를 매혹시킬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아름다운 공간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책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곳에는 종종 자연, , 사람, 예술이 한 데 어우러져 그림과 같은 풍경이 되고는 한다. 그런 날 책방의 문을 여는 일은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이 된다. 옷장을 열면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처럼 또 다른 매혹의 공간이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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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날, 번잡한 세상에 위로가 필요한 날, 모메꽃 책방이라는 매혹적인 공간에서 자연, , 예술, 사람에 사로잡혀 보는 것은 어떨까? 공간이 만들어낸 매혹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균탁 / 이육사문학관 학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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