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내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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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겐 리듬이란 게 있다. 소위 말하는 생활패턴. 그런데 이런 리듬이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하니 마음이 무너지는 속도 또한 걷잡을 수가 없다. 외출도 편히 할 수 없는 이 시국 속에서 불편하고 답답한 하루의 연속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3차 대유행에 접어든 지금 다시 매일 같이 집에만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평소엔 하지도 않던 마스크를 매일같이 끼고 나가는 건 여전히 귀찮고 사람들로 가득 차야할 시기에 텅텅 비어있으니 굉장히 공허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이 무기력해진다. 뭘 해도 부질없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면서 살고 있다. 적막과 고요가 싫어 아무렇게나 틀어놓은 TV처럼 유튜브를 계속 켜둘 뿐 정작 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도 지쳐 잠에 취했다. 자고 일어나면 좋은 소식이 들릴 것만 같은데 정작 들려오는 건 늘어난 확진자 소식밖에 없다. 사회가 돌아가는 느낌도 안 들고―실제로도 원활히 돌아가지도 않고 있고― 시간은 가는데 공간은 정지돼 있으니 하염없이 흘려보내기만 한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글을 좀 써보거나 책을 읽었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걸 해소시키기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잘못돼 있었다. 책과 펜을 잡아도 떠나지 않는 무기력함과 권태는 날 계속 괴롭혔다.


  무엇보다 자취를 하고 있다 보니 끼니문제가 평소보다 크게 와 닿았다. 사태가 터지기 전에야 항상 점심저녁으로 학식으로 해결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한창 사태가 심각할 무렵엔 영업하는 가게를 찾기 힘들었다. 편의점을 배회하고 마트에서 찬거리를 사서 직접 해먹어도 봤는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고 생활비가 보통의 두 배로는 빠져나가니 남은 잔액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밤낮이 뒤엉킨 생활패턴에 안 그래도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체질이라 몸이 으스스할 때가 많았고 소화불량은 늘 따라다녔다. 병원을 가기에도 조심스러워 느낌이 좋지 않을 때마다 가까운 곳에서 체온 측정을 했다. 다행히 발열은 없었고 다른 증상들도 물론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건강에 더 중요시해야할 때에 전보다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때보다 단순 감기에도 예민하고 모두가 답답하고 힘든 시국이다. 코로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분들과 이 사태를 위해 땀 흘리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허탈감과 허무함을 주지 않는 말과 행동이 가장 그분들을 위한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돌입했고 한층 더 강해진 우울, 코로나 우울(블루)에 노출돼 있다.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는 세대, 하고 싶은 일도 현실에 부딪히는 절망 속에서도 내 할 일을 하며 답을 찾아야겠다. 천고 끝에 백마 탄 초인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조금은 어색하지만 새로운 일상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 시에 뜨던 해를 여섯 시 언저리에 맞이하며 글을 쓰고 있다. 다섯 시 언저리에 해를 맞이할 땐 예쁜 꽃들은 이미 떠났을지도 모른다. 대신 그 자리에 철을 맞은 바다와 예쁜 사람들이 다시 피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겠다. 유난히 바다가 보고 싶은 그런 요즘이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中 -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中 -


■양승준 / 이육사문학관 유물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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