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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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언들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이라 부른다 한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명상으로 우주와 소통하고 다시 돌아갈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들은 달력을 만들 때 주위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그 달의 명칭을 정한다. 이 명칭들을 보면 인디언 부족들이 마음의 움직임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자연과 기후의 변화들에 대해 얼마나 친밀하게 반응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로 표현 할 수 없는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대지의 혼 그 자체다. <다른 세상의 달> 외에도 극적인 표현들이 많은데 가져와 불러보는 것만으로 웬지 영혼의 울림 같은 것이 생기는듯해서 옮겨 적는 수고를 아끼지 않게 된다. <침묵하는 달>,<큰 뱀코의 달>,<무소유의 달>,<중심이 되는 달의 동생 달>,<첫 눈발이 땅에 닿는 달>,<늙은이 손가락 달>,<태양이 북쪽으로 다시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남쪽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달> 등......, 마음을 끌며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표현들이 많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국면에 접어들었고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생존과 싸워야 했다.


  도산면 원천리 마을 한복판에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도통 감나무에 관심이 없으시다. 감나무의 키가 워낙 높아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인데 대신 찾아오는 새들에게 푸짐한 잔칫상을 내어준 꼴이다. 누가 이득을 보든 괜찮은 일이다. 감나무한테 물으면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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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은 추억이다. 추억은 살아서 가끔 정신없는 정신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 침묵의 달 12월, 1년 동안 수확한 자신을 점검하고 떠나보내어야 할 때이다. 감나무가 잎을 떨구어 내고 감 홍시마저 새들에게 다 나누어주는 것처럼 빈 몸이어야 한다. 빈 몸으로 다시 도약할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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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마을 산책을 하다보면 빈집들이 보인다. 사람이 떠나고 없는 홀로 된 집, 버려진 모든 것들에겐 쓸쓸함이 묻어있다.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처럼 문고리를 채워놓고 떠난 주인은 어느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을까? 벽에 틈이 생길만큼 집은 기울어지고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길조차 잡목들에게 내어준 상황이다. 무소유의 달 12월, 빈집은 곧 자신이 품은 시간들을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갈 것임을 아는듯하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지나는 바람과 햇살을 불러 마음껏 노닐다 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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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세상의 달 12월, 소멸의 달이다. 아니 생성의 달이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새 신발을 준비하는 달이다. 12월의 나무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세상에 내어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과 나눌 수 있는 크고 작은 기쁨들이 많다. 12월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에 기대어 지나온 한 해를 정리하며 비우는 마음으로 돌아보자. 아쉬운 것들은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그리고 마음의 날을 잘 벼리어 부디 다가올 2021년에는 새로운 꿈들을 드높이 펼쳐보길 희망한다.


 ■ 문영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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