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지', '사막의 화원'에 대한 언급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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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이육사는 영화에도 상당한 관심과 조예가 있었다. 육사의 영화 관련 활동은 1938년 계간지 '영화예술' 창간 기사에 동인 명단이 등재되어 있고, 문예잡지 '풍림 속간'(1938.3.6.)의 학예란에도 편집 동인 명단에 포함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육사의 영화 관련 평론은 <예술형식의 변천과 영화의 집단성 1>, '청색지'(1939.5),  <영화에 대한 문화적 촉망>, '비판'(1939.2)에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이 평론에서 육사는 영화의 ‘집단성’을 강조하고, 소설이 발전되어 사실 묘사에 집중되어 온 데 비해 영화는 그 이상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는 영화의 집단성과 사실성뿐 아니라 몽타주(montage)에 의한 공간과 감성 창조가 문학적 기능을 수행함을 주목한 것이다. 이육사의 이러한 생각은 영화 '대지'에 대한 언급에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大地」에 있어서 가장 생생한 ‘레알레틔’를늣기게한장면은 무엇보다도 기근의 군(群)이 기차를 향하여 쇄도하는 장면과 약탈때문에 군대가 출동하는 곳과 황충의 대군이 글자 그대로 운하같이 습내하는 곳이었다. 그런장면에는 왕룽일가의 운명보다도 중국민중전체의 운명이 놀랄 만한 ‘레알레틔’를가지고 보는 사람들을 육박하는 것이다. 그 중에도 황충의대군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민중의 웅자(雄姿), 이러한 자연의 폭위와 싸우는 때에 개인간의 사소한 감정적 쟁투같은 것은 전체를 위하여 소멸되고 사람들은 모다 일치단합하야 당면의 적을 퇴치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과 자연과 투쟁하는 장대한 서사시가 있고 영화예술의 기록적 우월성이 있는 것이다.

  - (「예술형식의변천과 영화의 집단성---‘씨나리오’문학의특징」, 『청색지』, 193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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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이봉구의 글에는 영화 '사막의 화원 The garden of allah'을 육사가 관람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봉구의 1947년 <육사와 나>, 1978년의 '명동 비 내리다'의 <육사와 모시옷>에 기술된 것을 보면 이육사의 영화에 감정이입하는 독특한 정서와 시각이 잘 드러난다. 이육사가 이 영화를 본 것은 대략 1937년쯤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당시 영화 '사막의 화원'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최초로 수입된 천연색 영화이지만, 빼어난 미모의 배우, 의상, 카메라 기술에 비해 극적 클라이막스가 약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 평가의 단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종교와 연애, 신앙에 의한 희생 등 이러한 정신적 이야기를 극히 평범한 연출로 취급했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흥미는 별로 없고 따라서 영화적 흥미도 희박한 감을 면치 못한다.」 

  - (『매일신보』 1937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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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의 영화에 대한 관점을 점검해 보면 당대의 오락물로만 인식하던 풍토와 전혀 다르다. 육사는 영화만의 장르 특성을 새롭게 인식하였는데, 서사시(敍事詩)로서의 가능성, 그리고 민족의 감각과 정신의 회복을 통한 삶의 평형화를 가능케 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교육적 기능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용된 육사의 표현은 영화를 통한 대중의 지각 심화와 세계에 대한 ‘정신권(Noospheare)’ 형성을 갈망하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육사가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를 양성하고, 우수한 작가를 고대하는 것, 그리고 영화의 집단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야말로 폭압의 시대에 누가 먼저 대중의 감각을 선점하느냐와 관련하여 고려하여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1930년대 후반은 일제의 권력과 자본이 영화산업을 잠식하고 있었고, 멜로와 일제 선전극이 판을 치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육사는 '대지 The good earth'(1938)에 대해 집단적인 움직임과 그 장면을 인상 깊게 바라보고, 영화의 문학 장르로서의 가능성에 매료된 것이다.

 



■강진우/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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