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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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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기



나는 아직 못다 피었는데,

작은 봉오리가 거센 빗방울 사이에서 허우적거렸다

 

내일은 그걸 할 거야,

다음 주에는 저걸 할 거야,

또 다음 달에는,

내년에는. 하고,

피어날 그때를 함께 그리며 아슬아슬 휘청거렸다

 

아직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활짝 피어날 그날에는 그 무엇보다 크게 반짝일 테니

온몸을 치고 가는 물길 속에서 힘겹게 고개를 들었더랬다

 

그러나 결국엔 스러진 작은 봉오리

그 속에 어떠한 꽃이 숨어있었는지 이제 그 누구도 모를 테지

자신조차도 모르고 기다렸을 날이 스러졌으니

 

... 나는 아직 못다 피었는데

같은 봉오리일 뿐이었던 너는 만개하고 있구나

나는 못다 핀 채 시들어가는데

너는 향기로운 네 소리를 멀리 퍼트리는구나

 

스러진 그곳에서 바라본 너는 한없이 빛나고 있으니

그래, 이겨낸 너는 그곳에서 빛나라

네 소리를 더 멀리 퍼트리거라

그리고 나와 함께 그렸던 그날은 가슴에 묻어다오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때 다시 그리자

 

나는 이곳에 정체하였으나,

너는 그곳을 나아가고 있으니








 <정체기>는 스러진 작은 봉오리를 성장하기 전 나약했던 내면, 만개한 봉오리를 성장해서 나아가는 내면이라고 생각해서 써봤어요. 정지한 시간도 우리가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정체한 나도 결국은 나니까 그런 나조차 위로하고 품어서 만개한 미래의 나를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을 담고 싶었습니다. 


■ 권민정 /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소모임 '시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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