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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장(김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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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장

                                             

 

우연일까 인연이었을까

이름 하나가 낯선 나무토막 안으로 스미고 있었다

사각사각 날카로운 칼끝으로 테두리, 이름의 경계를 만들고

나 아닌 것들 조금씩 깎아내자

비로소 또 다른 내가 생겨났다

왜 그랬을까 내가 오른손이라고 말하면 굳이 왼손을 치켜들어 답하곤 했던 거울처럼

처음에는 왠지 낯선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붉은 도장밥을 먹고 나서야

제법 반듯한 자세로 자리를 잡곤 하였다

그 뒤로부터는 무슨 말을 할 때면 습관처럼 꾹,

끄트머리 어디쯤에서 새끼손가락 걸어 확인을 하곤 했었다

그렇지만 세월은 수시로 나뭇잎들을 흔들어대고

이력서 끝자락, 또는 영수함 란에 눌러 찍었던 인주의 흔적도

설레었던 첫 통장, 그 계좌번호도 인감도

햇볕 속 아득히 사라지고 말았다

다만, 가끔씩 길모퉁이 은행 앞을 지나다 보면

손때 묻어 반질반질 윤기 나던 매끄러운 그 촉감과

내 볼에 붉은 입술연지를 찍어주던

풋사랑이 생각나기는 하였다


김윤한

글밭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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