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에세이

동화책과 철학서를 동시에 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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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때 우연히 치즈(CHEEZE)’라는 가수를 알게 되곤 푹 빠져버렸다. 여러 노래들을 찾아 듣던 중 ‘Mood Indigo를 들었고 뮤직비디오를 봤다. 마치 눈 내리듯 깃털이 흩날리는 기찻길을 손잡고 달리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뮤직비디오는 영화 <무드 인디고>의 장면들을 조합하여 보여준 것이란 걸 알았고, 언젠가 혼자 조용한 곳에서 영화를 맘 편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무조건 <무드 인디고>를 제일 먼저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무드 인디고>를 보고 난 후 지금, 나는 오히려 공드리에게 빠지고 말았다.




 우리가 칠한 사랑의 색깔


 영화 <무드 인디고>는 보리스 비앙의 소설 <세월의 거품>을 원작으로 한, 2013년 프랑스에서 개봉된 미셸 공드리 감독의 판타지 영화다. 발명가 콜랭과 그의 앞에 나타난 클로에의 사랑, 그리고 콜랭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철학자 장 솔 파르트르에 빠진 시크와 알리즈의 사랑. 아름답고 비극적인 두 연인이 이룬 사랑의 결말은 영화 속에서 여러 가지 색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여기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철학자 장 솔 파르트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혹시 누군가 떠오르지는 않는가? 우리는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영화 <무드 인디고>에는 장 폴 사르트르와 그의 실존주의가 숨겨져 있다. 과연 어디에 있는지, 왜 하필이면 사르트르였는지 천천히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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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먼저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라는 철학을 정립한 프랑스의 철학자로, <존재와 무>(1943)는 그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실존주의는 개인의 존재, 자유, 선택을 강조하는 철학이다. 인간은 인생에서 자신의 의미를 정의하고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려 한다. 영화 <무드 인디고>에는 이 실존주의와 사르트르가 어떻게 숨어 있을까?

 

 일단 장 솔 파르트르라는 캐릭터 그 자체에서 엿볼 수 있다. 장 솔 파르트르의 이름은 장 폴 사르트르라는 이름의 철자만 약간 바꾼 것이다. 영화 속 그의 외모 또한 사르트르와 매우 비슷하다. 사르트르의 담배, , 안경으로 그를 묘사했고, 그에게 철학자라는 직업까지 부여한다.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시크라는 인물을 통해 실존주의라는 철학은 영화 속에서 조금씩 얼굴을 들이민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콜랭은 자신에게 밀려오는 외로움을 골똘히 말하며 “I demand to fall in love!(나도 사랑에 빠질래!)”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실존, 존재를 나타낸다. ‘세상에 던져졌다는 사르트르의 말을 콜랭의 대사와 연관시켰을 때, 여기서 인간의 탄생과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정말 인간은 혼자인 걸까?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옷을 사며 쇼핑을 하는 장면들이 있다. 이때 인물들이 선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르트르는 선택을 강조하고, 영화 속 인물들의 이러한 선택 또한 개인의 존재를 나타낸다. 스케이트장에서 콜랭과 클로에는 부딪혀 들것에 실려 가는데, 콜랭은 이 이상한 순간에 클로에에게 청혼을 한다. 결혼은 보통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콜랭이 청혼을 하는 장면은 두 존재의 결혼을 스케이트장에서의 큰 충돌로 표현한 것이다.  현존하는 두 존재가 충돌하고 깨질 때, 그들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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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그러나 실존주의자인 시크는 결혼에 대해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결혼에는 두 존재가 존재하지 않고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영화가 사르트르를 부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리즈는 시크가 준 옷을 입었고, 클로에는 그녀에게 보부아르 부인을 닮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또 누군가를 찾아낼 수 있다. 사르트르의 약혼자, 시몬 드 보부아르다. 결국 시크와 알리즈의 사랑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사랑을 나타내는데, 영화 속에서 그들은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보여주곤 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알리즈는 파르트르를 찾아가 그를 죽인다. 실존주의는 인간이 도덕적이라는 전제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실존주의자는 부도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데, 실존주의자인 알리즈는 파르트르를 죽인다. 그리고 시크도 알리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자살을 한다. 이것은 실존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 알리즈 뿐만 아니라 열렬하고 맹목적인 실존주의자였던 시크가 인간 존재에 완전히 반대되는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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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무드 인디고> 스틸컷


 결국 영화는 진정한 사랑”을 줄곧 말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진정한 사랑, 진정한 인간의 삶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가요?”

 

 영화 <무드 인디고>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리고 영화 <무드 인디고>는 스스로 대답한다.

 

우리의 사랑의 색깔은 적어도 실존주의는 아니야!”

 





 현실의 재료로 요리한 꿈


 2006년 개봉한 미셸 공드리의 또 다른 영화 <수면의 과학>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장면과 남녀의 로맨틱한 이야기가 섞여 공드리만의 감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특히 셀로판지로 물을 표현하거나 차를 박스로 표현하는 등 꿈에서만 일어나는 것 같은 이런 장면들이 우리를 동화 속 한 곳으로 부른 듯하다. 그러나 <수면의 과학>에는 이러한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 철학적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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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수면의 과학> 스틸컷


 이 영화는 주인공 스테판의 TV 쇼로 시작한다. TV 쇼는 사실 그의 꿈의 공간이다. 스테판은 그의 어머니가 있는 파리로 이사했다. 그는 파리에서 예술의 창조자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그가 하는 일이란 글자를 고치는 단순한 노동이었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때, 스테판은 다시 꿈을 꾼다. 꿈에서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한다. 꿈속의 스테판은 위대한 창조자가 된다. 마냥 꿈 같지 못한 현실에서 힘겹게 하루를 버텨나가던 스테판은 그의 이웃집으로 이사를 온 스테파니를 마주한다. 두 사람은 스테판과 스테파니라는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 이름에 들어간 설정부터가 영화의 주제와 큰 관련이 있다. 스테파니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스테판의 발명에 관심이 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만나지만, 스테파니는 스테판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자 끝내 지쳐버린다. 스테판은 꿈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 영화에서 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고, 우리는 여기서 프로이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이트는 꿈은 무의식의 공간이며, 욕망과 충동이 무한히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루고 싶은 욕망이 꿈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적인 충동, 꿈을 꾸는 시점에서의 환경적 요인, 전날 있었던 일, 밤에 잠을 자면서 경험하는 물리적 자극이 합쳐져 꿈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 영화의 도입부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899)과 매우 유사하다. 스테판의 TV 쇼가 시작될 때 스테판은 커다란 냄비에 이것저것을 담는다. 오늘 있었던 일, 과거에 있었던 일, 우리가 사랑했던 일, 우리가 좋아했던 일, 오늘 우리가 무심코 들었던 노래와 모든 물건들 등 생각나는 전부를 담는다. 이는 프로이트가 꿈을 표현한 것과 비슷하며, 감독은 이를 요리하는 스테판의 모습으로 투영했다. 스테판은 사람들이 꿈을 매우 단순하고 쉽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아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꿈이란 사실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섬세하게 얽혀있는 공간이고, 이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테판의 이러한 말들은 꿈에 대한 프로이트의 주된 해석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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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수면의 과학> 스틸컷


 스테판은 엄마에 의해 원치 않는 달력 회사에 고용된다. 그는 파리에서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뽐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가 발명한 발명품을 보여주었지만, 그들은 스테판을 비웃었다. 스테판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긴 하다. 그러나 꿈에서의 스테판은 다르다. 스테판은 전지전능한 신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며, 스테판은 꿈에 나타난 자신의 모습에 매우 만족한다. 현실에서 스테판은 반복적인 작업만 하면 되는 소극적인 태도로 회사에 다녀야 하지만, 꿈속에서는 회사의 수장이 된다. 현실에서 짝사랑하는 스테파니도 꿈에서는 그의 연인이다. 다시 말해, 그는 꿈에서 이루지 못한 모든 것들을 꿈속에서 모두 성취한다. 이쯤에서 프로이트가 말한 꿈의 개념을 다시 바라보자. 프로이트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은 소원과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꿈은 인간의 모든 욕망과 충동, 소원이 표현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스테판의 꿈은 스테판의 깊은 욕망이 충족되는 공간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스테판은 이제 현실과 꿈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이것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흐릿함이다. 꿈속에서 스테파니에게 건네진 편지는 현실에서 온 편지가 되고, 스테판은 현실을 잊고 꿈이라고 믿으려 한다. 그는 스테파니의 편지가 꿈과 연결된다고 믿는다. 스테판의 꿈이라는 공간 속 주체는 스테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주체가 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항상 변형되고 옮겨지며 꿈의 소재로 형상화된다. 이것이 프로이트의 꿈 해석의 본질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과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꿈을 위한 재료로 쓰이고, 결국 그것조차도 모두 꿈이다.

 



 공드리가 만든 세계


 미셸 공드리의 영화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장면의 향연이다. 어떤 영화를 보아도, 사랑에 빠진 듯한 아름다운 장면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진지한 철학이 숨어 있다. 미셸 공드리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상상력으로 가득 찬 영화를 보여주면서, 마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다. 그의 영화에서 공드리만의 감성을 본다는 것은 동화 같은 연출과 철학적인 주제를 혼합해 바라본다는 말이 된다. 만약 동화책과 철학서를 동시에 읽는다면, 그때 우리의 머릿속은 공드리의 세계와 다름없지 않을까.






■ 홍수현 / 외부청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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