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도 물이 되게 하소서(노태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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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픔도 물이 되게 하소서

레퀴엠 1-1

                                

 

그대는 5월의 바람처럼 강에서 왔나이다.

 

저 호수와 같이 커다란 눈을 뜨고

나의 기도는 지금 강 바닥의 고통을 읽어 내려가는 중이오니

시간을 끌고 가는 저 강의 수평을 생각하시어

바다를 꿈꾸는 저들에게 수평선水平線의 안식을 주소서.

 

그대는 5월의 바람처럼 바다에서 왔나이다.

 

저 강과 같이 은빛 지느러미를 끌고

나의 기도는 지금 대지의 긴 고통을 읽어 내려가는 중이오니

공간을 밀어 올리는 저 바다의 깊이를 생각하시어

별을 꿈꾸는 저들에게 반짝이는 밤바다의 위로를 주소서.

 

모든 것이 물이 되게 하소서.

슬픔도 물이 되게 하시고

이별도 물이 되게 하시고

고통도 물이 되게 하시고

분노도 물이 되게 하시고

사랑도 물이 되게 하시고

보고 싶은 이 마음도 물이 되게 하시고

물이 되고 싶은 이 마음마저 물이 되게 하시어

 

죽음을 죽음답게 완성하게 하소서.

그대 모든 원소의 원소여

불멸의 순환이여.

 

그리하여 물에서 싹이 돋고 나무가 자라는 날들을

그리하여 물이 알을 낳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날들을

, 우리가 다시 낯선 사랑으로 만나게 되는 날들을

떠나가고 떠나가며 꿈꾸게 해 주소서.

 

5월의 바람처럼 강에서 왔나이다.

그대 5월의 바람처럼 바다에서 왔나이다.

하여 저들에게 물의 안식을 주소서

이제 저들에게 당신의 위로를 주소서.


    - 시집, 이팝나무 가지마다 흰 새들이(한티재/2021)에 수록



   시인은 이팝나무 가지마다 흰 새들이라는 시집을 읽을 때 소리 내어 읽기를 또 그렇게 사용하기를 권장한다고 시집 사용 설명서에서 밝히고 있다. 나는 이 시집을 그의 의도대로 소리 내어 읽으려고 노력했다. 위의 시이 슬픔도 물이 되게 하소서>는 내가 몇 번이나 소리를 내어 읽었던 시다. 한 번은 나를 위하여 또 한 번은 시간과 공간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위하여 소리 내어 읽었다. 이 슬픔이 물이 되는 날 당신과 나는 또 낯선 생명으로 일어나 같은 시공을 가진 곳에서 만나기를…….


■ 김연진 / 이육사문학관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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