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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이중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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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공간 영천, 그 내밀한 풍경 

  이중기 시인의 신작 시집이 산지니시인선 18번으로 출간된다. 이중기 시인은 서글픈 농촌의 현실과 경북 영천, 대구의 10월 항쟁에 천착하여 한국 사회에 자리한 구조적 모순의 근원에 접근한다. 특히 이번 시집은 1946년 영천 10월 항쟁과 사건에 얽힌 사람들에 매달리며 해방공간 영천의 내밀한 풍경을 드러낸다. 시집의 제목인 정녀들이 밤에 경찰 수의를 지었다불란서 문자로 쓴 영천 10111946105일 주일의 구절로, 늦은 밤 정녀, 즉 수녀들이 경찰 수의를 짓는 당시의 상황을 짐작게 한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10월 항쟁은 해방 이후 최초의 민중봉기였다는 사실에 비해 역사적 규명과 연구가 아직 미비하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기저에 자리한 영천의 슬픈 역사를 상기하고 10월 항쟁의 진실과 의미를 묻고 있다.

     

석양 속으로 저물어가는 농촌 현실

  핏빛 석양 속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농업사와 그 뒤를 참담한 심정으로 따라가는 한 늙은 사내가 눈에 어른거렸다. 그는 여전히 맨발에 고무신이 편해지는 예순도 훌쩍 넘겼는데/나는 아직 야성 팔팔한 농민 쪽에 서 있다”(나는 아직 멀었다)라고는 하지만, 그에게도 조금씩 영천강 갈대밭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가 날 내려다보며 골똘해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_박승민(시인)

  1부에는 한국 농업과 농업사에 얽힌 농촌의 현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에서 있었던 수많은 정권교체와 농업 정책의 변화 속에서도 농촌은 하염없이 저물어간다. 갈 데 없는 절망감과 나는 아이들에게 농경문화 유장함도 물려주지 못한 죄 많은 족속”(자술서)이라는 회한 속에서 시인의 분노와 서글픔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사표 수리가 안 되는 아직 젊은 농사꾼”(오지, 예순하나)인 그는 여전히 땅을 돌보고 밭을 일군다.

     

역사의 중심에 놓인 지역 여성들

  2부에서는 영천지역과 그곳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여러 인물들을 형상화한다. 특히 영천지역을 기반으로 한 여성들을 서사화하며, 소외되고 번외로 취급되었던 지역의 여성을 적극적으로 역사의 중심으로 호명한다. 시인은 제월순, 윤영실, 마리안·마가레트 수녀 등 황폐화된 토지를 재생시키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여성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온 산야 초록 캐고 뜯고 꺾어다 식구들 목구멍 추슬렀던 치마폭들”(슬픈 이름들)은 모진 제도와 관습의 핍박을 견디고 이 땅에 뿌리내렸다. 한 그루의 나무로 자라난 그들은 스스로 생명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 나간다.

      

선교사가 바라본 1946년 영천

  대구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읍내 주민들과 관공서 사이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2일에서 3일로 넘어간 새벽 한 시에 민중들 시위가 있었다 군수가 피살되었다 보리공출 과정에서 가혹하게 굴었던 경찰들이 암살당했다 () 원인은 미군정이 과도하게 강요한 보리공출과 식량배급 중단, 철도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 그리고 물론 독립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가련한 한국! _불란서 문자로 쓴 영천 109부분

  문을 열다로 시작하여 문을 닫다로 마무리되는 3부는 1946년 영천성당 신부였던 루이 델랑드의 일기를 발췌·첨삭·재구성하였다. 시인은 해방공간 영천의 내밀하고 생생한 현장을 루이 델랑드의 선교 노트의 시적 재구성을 통해 들여다본다. 연작시 불란서 문자로 쓴 영천의 10가 배치되어 외국인 선교사가 바라본 10월 항쟁 당시 영천의 풍경이 녹아 있다. 루이 델랑드 신부의 일기는 선명한 밑선을 그으며 그 시절의 영천 풍경과 사건을 스케치한다. 3부의 시는 이중기 시인의 언어와 시선을 한껏 머금고 신부의 일기에 색채를 더한다.(- 책소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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